서사의 정지를 이끄는 모든 수단 중에서 죽음은 구조와 내용에 반복적으로 겹쳐지면서 특별한 호소력을 갖는다. 다른 종류의 스토리텔링은 영화의 끝을 넘어 나아가면서 그와 같은 정지에 맞서 삶의 연속된 흐름과 운동을 주장하며 이러한 형식주의에 저항한다. 자크 리베트Jacques Rivette에 따르면,


영화는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처음에 전제된 것들로부터 모든 것이 평화롭고 질서정연하게 회복될 때까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그 끝에는 죽음과 결혼 또는 폭로가 있었다. 혹스, 히치콕, 무르나우, 레이, 그리피스의 영화가 그러하다. 한편, 이들과는 매우 다른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강처럼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은 가장 평범한 마지막 이미지들을 제공한다. 예컨대, 흐르는 강, 군중, 군대, 스치는 그림자, 한없이 쏟아져 내리는 커튼, 시간이 끝날 때까지 춤추는 소녀. 르누아르와 로셀리니의 영화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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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크의 영화에서 사용된 고도로 전형화된 수사적인 장치들은 영화의 이야기 안으로 되돌아 들어가다가 당시 멜로드라마가 지시하는 사회적 조건들로 이끌려진다. 거기에 기호학적 가치가 부가되는 순간들은 서크의 캐릭터들을 붙잡아 맨 절망과 욕망을 눈에 보이게 만든다. 그것은 서크가 그들에게 부여한 운명이며, 그것으로부터 그들이 탈출할 것인가 아닌가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정신적인 긴장들이다. 멜로드라마적인 음악과 함께 클로즈업 되던 인형의 모습은 페이드 아웃되며 암전으로 사라진다. 다음 장면이 페이드 인 되면서 부엌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애니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가 하녀 역할을 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앞의 숏에서 미리 만들어진 그녀의 몸짓과 형상 때문에 이 영화에서 그녀의 하녀 역할은 현실화되고 자연스럽게 된다. 서크는 영화가 인생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항상 강조하면서도, 그는 또한 빠져나갈 수 없는 인생을 반영하는 것이 영화라고 본다. 서크는 그 두 가지를 중재하는 지점으로 장소들과 의례들과 드라마틱한 순간을 사용한다. 그러한 것들은 일상에서는 숨겨진 긴장들이 올라와서 새겨지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여기가 바로 현실과 그 현실 속에서 시연되는 드라마와 영화가 본래 가지고 있는 기호학적 변형의 능력들이 함께 뭉쳐지는 곳이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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